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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통상임금 ‘고정성’ 폐기: 기업 대응 방안은?

대법원, 통상임금 ‘고정성’ 폐기: 기업 대응 방안은?

Intro. 통상임금의 의의 및 대법원의 판례 변경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라 소정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받는 임금을 의미합니다(관련 법령 참고). 이는 근로자가 제공하는 노동력의 가치를 반영하는 개념으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법정수당의 산정 기준이 되는 도구적 개념이자 평균임금의 최저한이 되는 기준임금입니다.

[관련 법령]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통상임금) ①법과 이 영에서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所定)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6. “평균임금”이란 이를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을 말한다. 근로자가 취업한 후 3개월 미만인 경우도 이에 준한다.
② 제1항제6호에 따라 산출된 금액이 그 근로자의 통상임금보다 적으면 그 통상임금액을 평균임금으로 한다.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같은 법정수당뿐만 아니라 연차휴가수당, 해고예고수당 등은 모두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따라서 통상임금의 범위의 확대는 곧바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 기업들한은 한정된 기업 수익 범위 내에서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임금 인상 폭을 정하고, 이를 기본급과 각종 수당으로 할당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관리해왔습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특정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곧바로 기업의 인건비 총액과 직결되어 예로부터 통상임금 소송은 노동 관련 분야에서 매우 뜨거운 논쟁거리였습니다. 2013년 대법원은 통상임금 판단 기준으로 법령에 명문상 존재하지 않는 ‘고정성’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근로자가 지급받는 전체 급여를 높이면서도, 통상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금액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는 수당을 신설하여 인건비 부담을 통제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기존 통상임금 판단 기준 중 하나였던 "고정성" 요건을 폐지했습니다. 이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11년 만의 판례 변경으로, 기업의 임금체계와 수당 산정 방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하에서는 통상임금 판단에 대한 대법원의 변경 전·후 판례 법리를 살펴보고,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임금 항목(수당)과 향후 기업의 대응방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통상임금 판결 비교: 2013년 판결(구) vs 2024년 판결(신)

1. 2013년 판례(갑을오토텍 사건)

지난 2013년,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구체적 판단기준으로 ① 소정근로 대가성, ② 정기성, ③ 일률성, ④ 고정성 네 가지 개념 징표를 제시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 명문으로 “고정성” 요건을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각종 수당 산정의 기초가 되는 기준임금으로서 사전에 확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통상임금의 취지에 입각하여 고정성 요건을 명시한 것입니다. 당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지급 조건 달성여부에 따라 임금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변동된다면 이는 "고정성"을 결한 것으로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당시 대법원은 '재직자 조건'과 '근무일수 충족 조건'이 부가된 수당이 그 조건 성취 여부가 불확정적이라는 이유로 고정성이 결여되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관련 판례 참고).

[관련 판례]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여부는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임금의 명칭이나 지급주기의 장단 등 형식적 기준에 의해 정할 것이 아니다.
(중략)
‘고정성’이라 함은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하여 업적, 성과 기타의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확정되어 있는 성질’을 말하고, ‘고정적인 임금’은 ‘임금의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 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고정성을 갖춘 임금은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된 임금이므로,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제공하더라도 추가적인 조건을 충족하여야 지급되는 임금이나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지급액이 변동되는 임금 부분은 고정성을 갖춘 것이라고 할 수 없다.

2. 2024년 판례(한화생명보험, 현대자동차 사​)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고정성’ 개념을 폐기하였고, 임금에 부가된 조건 유무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근로자의 ①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② 정기적이고 ③ 일률적으로 지급되도록 정해졌다면 이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본 판결에서 대법원은 ② 정기성과 ③ 일률성을 ‘소정근로 대가성을 뒷받침하는 개념적 징표’로 간주했습니다. 통상임금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① 소정근로 대가성을 가장 본질적인 요소라고 판단단한 것입니다(관련 판례 참고).

[관련 판례] 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은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라고 규정한다. 법령의 정의와 취지에 충실하게 통상임금 개념을 해석하면,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을 말한다.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여러 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므로, 그 본질은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기준임금이라는 데에 있다. 정기성과 일률성은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인 임금임을 뒷받침하는 개념적 징표이다.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임금에 부가된 조건은 해당 임금의 객관적 성질을 실질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정기성, 일률성을 부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고려될 수는 있지만, 단지 조건의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사정만으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은 "고정성" 징표를 폐지한 이유로 ▲법령상 "고정성"에 대한 명시적 근거가 없다는 점, ▲고정성 요건이 근로기준법의 강행성 원칙에 반한다는 점, ▲소정근로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점, ▲사후적 조건에 따라 임금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는 "실근로"를 기준으로 삼으면 사전 임금 산정의 예측 가능성이 약화된다는 점, ▲통상임금의 범위를 불합리하게 축소시키는 고정성 요건이 ‘연장근로 억제’라는 정책 목표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꼽았습니다.

대법원의 판례 변경에 따라 기존에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던 수당(재직자 조건, 근무일수 조건 임금 등)도 통상임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2013년 판례(갑을오토텍) 2024년 판례
(한화생보,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판단 징표 ① 소정근로 대가성
② 정기성
③ 일률성
④ 고정성
① 소정근로 대가성
② 정기성
③ 일률성
재직자 조건 임금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
통상임금 해당X:
- 이전 근로 여부와 관계없이 특정
시점 재직 중이기만 하면 지급
①소정근로 대가성 부정

-지급조건 성취 여부가 불확실
④ 고정성 부정
통상임금 해당O:
근로자의 재직은 소정근로 제공을
위한 전제 조건이므로 재직
조건이 붙어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임금의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음
근무일수 조건 임금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
통상임금 해당X:
일정 근무일수의 충족이라는
추가적인 조건을 성취하여야
비로소 지급
④ 고정성 부정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근무일수
조건이 부가된 사정만으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음

대법원 판례의 주목할 점

임금에 부가된 조건의 유효성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서 개별 임금에 부가된 조건의 효력 문제와 해당 임금의 통상임금성을 구분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사용자와 근로자는 개별 임금에 조건을 자유롭게 부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통상임금성이 인정되는 조건부 임금이 추후 조건 미성취로 인해 지급되지 않을 경우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도 불구하고 조건 미성취로 인하여 기왕에 제공된 근로에 대한 대가 일부가 지급되지 않는 불합리가 발생할 여지가 존재합니다. 임금에 부가된 조건의 유효성에 대한 대법원의 후속 판례나 노동부의 유권해석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변경된 법리 적용 시기(장래효)

대법원은 변경 전 대법원 판례를 신뢰하여 그에 기초해 법률관계를 형성한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변경된 판례 법리에 장래효 적용하였습니다. 다만,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다투는 소송이 진행 중인 재판계속 사건의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소급효를 인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2024년 12월 19일 이전에 제기된 통상임금 소송은 변경된 판례 법리에 따라 판단을 받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판례 변경은 소급효가 원칙입니다. 재판은 새로운 법리의 '창조'가 아닌 기존 법률에 대한 '해석 변경'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대법원의 선택적 장래효 적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11년 전 대법원이 제시한 '고정성' 법리를 신뢰하고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사람들은 변경된 판례 법리를 소급 적용받지 못하게 되었고, 12월 19일 이전에 변경 전 판례 법리로 종결된 사건들 역시 달리 구제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이 통상임금 판례 변경으로 인한 기업의 부담과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장래효를 선택한 것은 이번 판결에서 주목할 부분입니다.

기업의 대응방안

근로시간 점검 및 개편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되면  필연적으로 기업이 지불해야 할 시간외근로(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에 대한 부담이 증가합니다. 일정한 시간외근로수당을 월급여액에 미리 산정하여 지급하는 고정OT수당 역시, 변경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재산정되어야 하므로 인건비 부담이 폭증할 수 있습니다.

만약 기업 현장에서 실제 발생한 시간외근로시간을 상회하는 수준의 고정OT수당이 반복적으로 지급되어 왔다면, 근로시간 실태에 맞게 고정OT시간 수를 점검하거나 고정OT수당을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고정OT제를 사용하지 않는 사업장의 경우,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연장근로를 사전에 통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임금체계 개편

임금총액을 정해두고 각종 수당으로 나누어 통상임금성을 부인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인건비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따라서 임금 구성 항목을 단순화하여 단일 연봉과 실질적 성과급 중심으로 임금 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임금 체계를 한 번에 단순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점진적인 개편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복리후생적 성격을 갖거나, 소정근로 가치와 무관한 수당(예: 실비, 복지포인트, 가족수당 중 부양가족 지급분 등)을 활용하여 임금 총액을 보전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단순한 소정근로 제공의 대가가 아닌 일정한 업무성과를 달성한 경우에만 지급되는 '성과급'은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추지 못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판단에 기초하여 근로의 양적(Quantity) 측면이 아닌 질적(Quality) 측면에 초점을 맞춘 조건(예: 무사고 수당, 목표달성수당 등)을 부가하여 통상임금성을 배제하는 방안 역시 고려할 수 있습니다.

적법한 연차촉진제도 실시

이에 더해 근로기준법이 규정하고 있는 적법한 연차휴가촉진제도를 실시해 인상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연차미사용수당 지급 의무를 면할 수 있습니다(관련 법령 참고).

[관련 법령] 근로기준법

제61조(연차 유급휴가의 사용 촉진) ① 사용자가 제60조제1항ㆍ제2항 및 제4항에 따른 유급휴가(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의 제60조제2항에 따른 유급휴가는 제외한다)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여 제60조제7항 본문에 따라 소멸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가 없고, 제60조제7항 단서에 따른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본다.
1. 제60조제7항 본문에 따른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사용자가 근로자별로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 일수를 알려주고, 근로자가 그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도록 서면으로 촉구할 것
2. 제1호에 따른 촉구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촉구를 받은 때부터 10일 이내에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전부 또는 일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지 아니하면 제60조제7항 본문에 따른 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사용자가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할 것
(후략)

2013년 대법원 판례 이후 임시방편으로 봉합해온 임금 구조에 근본적인 변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통상임금에 근로자로부터 제공받은 근로의 실질적 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임금체계를 본격적으로 검토해 투명하게 재정비해야 합니다.

양희리 대표 공인노무사